이사는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짐을 정리하며 새 집으로 들어온 지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었다.
새로운 집주인은 젊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계약 당시에도 꼼꼼하게 서류를 챙기고, 보증보험도 가입해 주는 등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세입자님, 혹시 보증보험 증서랑 대출 은행 계약서 사본 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했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라면 나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증보험이 보호해 줄 터였다.
그런데 왜 집주인이 대출 은행 계약서를 원할까?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집주인과의 관계는 원만했다. 괜히 의심했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나에게 불리한 일이 생긴다면?
"이거 보내줘도 괜찮을까?"
친구에게 물어보니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그냥 보내줘. 어차피 집주인이 알 수 있는 내용일 거야."
"아니야, 괜히 문제 될 수도 있어. 은행이랑 먼저 확인해 봐."
결국 나는 직접 은행에 연락해 보기로 했다.
은행 상담원은 내 말을 듣고 잠시 정적을 가졌다.
"음... 집주인이 왜 그걸 요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칙적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대출 계약서를 제공할 의무는 없습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역시.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곧바로 집주인에게 정중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하지만, 해당 서류는 개인 정보가 포함된 문서라 제공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혹시 필요한 정보가 있으시면 은행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집주인은 별다른 말 없이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
그 후로도 아무 일 없이 평온한 하루가 흘러갔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별 생각 없이 보내줬다면 어떻게 됐을까?'
때로는 작은 의심이 큰 문제를 막아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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